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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소리] 도민 눈높이 맞춘 '제주형 아트페어'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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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제주에서 ‘아트페어’(Art Fair)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서 미술품을 보고 구입하는 아트페어는 2014년 ‘제주아트페어’를 기점으로 매년 한 개 이상의 행사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새로운 미술시장으로서 제주가 주목받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행사 명칭에 제주가 들어가면서 정작 내용적으로는 ‘제주’가 빠진 반쪽 행사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제주의소리>는 최근 제주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하면서 제주예술을 위한 발전적인 방향은 무엇인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트페어 전성시대] (3) '문화예술 불모지' 불식할 참여형 예술행사 만들어야

제주에서 열린 아트페어는 사실상 이제야 시작하는 단계다. 지난해까지 포함해 두 번 밖에 열리지 않은 <제주아트페어>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라는 점만 봐도 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두 번의 기회로 나름의 탐색을 마친 아트페어들은 향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동문시장 맞은편 ‘샛물골 여관길’에서 2014년부터 시작해 올해 10월로 3회째를 맞는 <제주아트페어>는 큰 규모는 아니어도 도민들에게 서서히 각인되면서 주최측은 나름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제주아트페어>를 주관하는 박은희 비아아트 대표는 “3회까지 이어지다 보니 행사를 챙겨서 방문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작품 판매도 꽤 이뤄지고 있다. 규모를 더 키워보자는 조언도 있지만 도민들이 ‘미술 작품을 사서 간직하는 기쁨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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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문시장 맞은편 샛물골 여관길 숙박업소, 점포에서 열리는 <제주아트페어> 현장 모습. 사진 출처=<제주아트페어> 페이스북. ⓒ제주의소리



<제주국제아트페어>는 이미 큐레이터까지 채용하며 올해 10월 열리는 2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순수 아트페어가 아닌 예술축제 성격을 가미해 도민과 미술을 보다 가깝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제주국제아트페어> 이종후 예술총감독은 “주민, 도민 모두가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접근성, 장소의 역사가 우리 행사의 큰 장점이다. 도민들의 예술 감각을 높이기 위해 순수 아트페어에 페스티벌적인 성격을 덧붙여 문턱을 낮췄다”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한 아트페어를 만드는 동시에 제주미술의 현 주소를 점검하는 축제로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신라스테이 호텔에서 열린 <아트 코스모폴리탄 제주>는 미술시장으로서 제주가 어떤지 살펴보는 성격이 강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보다 긴 흐름으로 국제적인 아트페어를 제주에서 개최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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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제주국제아트페어>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트 코스모폴리탄 코미티 한경수 대표는 “제주시민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상당수 작품 구입도 제주에서 이뤄졌다”며 “지속적인 시장조사와 준비를 통해 세계적인 아트페어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나아가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갤러리, 콜렉터, 기획자들을 한데 묶는 가칭 ‘아시아 아트 딜러 회의’를 제주에서 만들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가장 최근의 <아트제주>는 서귀포시 중문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렸다. 서귀포에서 열린 첫 아트페어인데다 여러 부대행사를 더하면서 지역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다. <아트제주>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자평과 함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계속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아트제주> 공동대표 강명순 씨는 “기간도 짧고 홍보도 부족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미술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보다 넓어진다면 제주가 미술시장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는 호텔이 아닌 일반 아트페어로 공간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행사 개최 의지를 밝힌 네 곳의 아트페어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는 하나, 과연 제주에 정상적인 미술유통구조와 시장이 있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제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A씨는 “제주는 다른 시도에 비해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도민들이 미술 작품을 보고 구입해서 소장하는 정상적인 미술 유통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 미술관계자, 아트페어 주최자들까지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제주의 열악한 문화예술 환경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지역문화 실태조사’에서 제주는 문화자원을 제외한 문화정책, 문화활동, 문화향유에 있어서 타 지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도내 전업예술가의 43.5%가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환경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뿐더러, 평범한 제주도민 눈높이에 맞는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2006년 <제주국제아트페어>를 비롯해 <제주호텔아트페어>, <아트 앤 아시아 제주 쇼케이스>가 한 번 행사로 막을 내렸고, 나머지 아트페어도 높지 않은 가격 위주로 작품이 판매되거나 소수가 고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경향으로 뚜렷하게 구분됐다. ‘그들만의 미술, 그들만의 아트페어’로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제주도민 눈높이에 맞는 ‘제주형 아트페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트페어가 주목받는 흐름에 맞춰, 단순히 작품 판매만 이뤄지는 아트페어가 아닌, 대다수의 도민과 문화예술이 가까워지는 종합적인 성격의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밭에 씨앗을 뿌리듯 제주의 척박한 문화예술 환경을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삼자는 것이다.

제주 안에서 탄생한 <제주아트페어>와 <제주국제아트페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어느정도 반영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제주아트페어>의 박은희 비아아트 대표는 “지금 제주에 필요한 아트페어는 세계적인, 국제적인 구호를 표방하는 행사가 아닌 제주만의 풍경, 제주만의 예술성, 제주도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행사”라고 강조했다.

<제주국제아트페어>의 이종후 예술총감독 역시 “예술과 일반 도민들이 지금보다 더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젊은 제주 작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필요한데 일반적인 아트페어로는 이런 역할이 힘들다”고 밝혔다.

<아트 코스모폴리탄 제주>, <아트제주>처럼 도외 자본으로 열리는 아트페어의 경우, 보다 제주 문화예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제주도민과 행정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적인 범위에서 비교적 큰 규모를 지향하는 만큼 제주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볼거리이자 도민들이 다양한 미술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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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스테이 호텔에서 열린 <아트 코스모폴리탄 제주>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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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문 롯데호텔제주서 열린 <아트제주>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여기에 지금까지 열린 아트페어는 사실상 도외 미술작가의 비중이 높은 만큼, 제주 작가 작품이 실질적으로 중심이 되는 아트페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수 제주도청년작가회장은 “아트페어가 생기면서 제주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제주 작가들이 함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보다 많은 지역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아트페어가 필요하다. 여기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미술과 가까워지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형 아트페어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키(Key)는 행정이 쥐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아트페어가 보다 내실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주도가 운송비, 보험료 같은 부대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부터, 현재 아트페어들을 보완하는 성격의 새로운 행사를 만드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오로지 ‘제주’에 포커스를 맞춰 제주작가, 도민이 중심이 되는 아트페어부터, 도립미술관 전체를 행사장으로 만드는 국제적인 아트페어 등 여러가지를 상상해볼 수 있다.

2008년부터 열린 ‘대구아트페어’의 경우 1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인데 대구시는 이 행사에 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대관료, 내부 공간 설치비용, 홍보비 등으로 사용된다. 주최는 대구화랑협회다.

부산시는 2012년부터 열린 ‘아트부산’에 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에는 부산미술협회, 부산화랑협회 등이 여는 아트페어가 있지만 국제적인 역량을 키운다는 전략적인 목표로 아트부산에 예산을 지원한다. 비용은 부스 설치, 광고비, 도록 제작, 특별전 준비 등으로 쓰인다.

광주시는 아예 주최기관으로 참여해 ‘광주국제아트페어’를 열고 있다. 광주국제아트페어는 기획전이나 부대행사에 공을 들이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승수 회장은 “시장 규모에 맞춰서 아트페어는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고가 작품은 그 작품대로, 중저가 작품은 그 작품대로, 작가들에게 다양하게 판매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도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을 포함한 문화행정이 제주지역 문화인식을 전반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제주도는 아트페어 현상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면서 제주에 필요한 아트페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민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모아 행정이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필요하다면 정책화시키겠다"고 밝혔다.